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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타츠이쿠] 늦잠


늦잠

단노 타츠야 X 류자키 이쿠오

w. HARTNET

*

<이쿠오, 자냐.>

<늦잠이냐. 얼이 빠졌구만.>


어젯밤 갑작스레 만나자는 녀석을 겨우 말려 잡은 약속 시간이 오전 8시, 현재 제가 앉아있는 신주쿠역 앞의 단골 카페에서였다. 평소보다 더 보채는 녀석에 걱정이 되어 급히 나왔더니 연락은 커녕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하기야, 평소라면 벌써 자고도 남았을 시간까지 깨어 종알거렸으니까. 답이 없는 핸드폰 액정을 포기하듯 내려두고는 거의 다 비어가는 제 모닝커피 첫 잔을 바라보다 모처럼이니 좀 더 기다려볼까 싶어 그대로 다시 리필했다.


그렇게 읽던 아침 신문을 반듯하게 접고 두번째 잔을 비울 때 쯤. 시계는 8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야쿠자 고위 간부가 되고난 이후 이렇게 느긋했던 오전이 있었던가. 슬슬 고파오는 배에 빈 커피잔을 밀어두고는 브랙퍼스트를 시켰다. 이 기다리는 시간을 감사 해야하는지 혼을 내야하는지. 아직까지도 응답이 없는 핸드폰을 바라보던 9시 정각, 잉글리시 머핀 굽는 냄새가 카페 내부에 고소하게 퍼져 나갔다.


"언제쯤 일어날 생각인건지."


굶주렸던 배를 어느정도 채우고나니 시계바늘은 열심히 움직여 있는 상태였다. 미리 제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약속 시간과는 꽤나 멀어진 시계바늘에 아까 밀어두었던 잔을 다시 리필했다. 어짜피 카페에 와서도 얼굴을 바라보기는 커녕 등을 맞댄 채 이야기 해야하는 둘이었지만 저 자신이 지금까지 기다린 만큼 녀석의 온기라도 느끼지 않으면 돌아갈 수가 없었다.


"부탁하신 서류랑 노트북입니다."

"응."

"오늘은 왜 카페에서 일하십.."

"내 맘이야."


제가 기다렸던 사람보다 훨 늦게 부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재빨리 온 후카마치에 괜시리 어깨를 으쓱거리며 퉁명스런 말을 내뱉었다. 일처리가 빨라 좋긴 하지만, 눈치 없이 빨리 오기는. 아직 녀석에게 답이 오진 않았으나 눈치없이 그냥 달려오다 마주치기라도 할까 손을 휘휘 저어대며 후카마치를 내쫓았다. 11시가 넘어가는 시간, 정오 전까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제 앞에 놓인 일거리들을 하나 둘 살폈다.


제 예상이 들어맞았으나 아슬아슬했던 12시 1분경이었다. 다급하게 울려오는 메신저 알람소리에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픽 웃음을 터뜨렸다. 읽지 않아도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오는 알람소리에 허리를 펴며 느긋하게 핸드폰 알림 창만 바라보았다.


<탓짱ㅇㅇㅇㅇㅇㅇ미아내ㅠㅠㄴ내가 이제 ㄹ일어낫어ㅓㅓ>

<탓짱 미아내ㅐ 어디야 아직도 카페ㅔ야ㅏ?>


일어나보니 해가 중천에 떠 반짝대는것에 저도 적잖은 당황을 했었을 것이라. 귀여운 반응에 어떤 말을 써줄까 싶어 곰곰히 생각하며 어느새 내려와있는 안경을 슬쩍 올리고는 카페에 있다는, 제법 퉁명스러운 답을 해두곤 다시 핸드폰을 내려두었다. 이러면 저도 어떻게든 일찍 나오려들겠지. 그제야 눈에 띄는 텅 빈 잔에 커피를 채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딸랑이는 문소리와 뛰어온 듯 헉헉대는 숨소리에 제 시선은 자동적으로 그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 시선 끝에 있는 녀석의 몰골은 아는척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부시시한 파마머리에 대충 껴입고 나온 듯한 티셔츠와 바지는 웃음을 참기 힘들게끔 했다. 정말이지, 옷 입는 센스는 전부터 없었다니까. 빠른 걸음으로 제 등 뒤에 앉는 녀석에 푹 숙이고 있던 제 고개를 들어다 다시 울리는 핸드폰을 흘끔였다.


<탓짱 많이 화났ㅇ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탓짱 답 좀 해봐ㅠㅠㅠㅠㅠㅠ>


웃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숙이고 있던 것이 통했던 건지. 등을 기대지도 않은 채 그저 핸드폰 화면에 집중 하고있는 녀석의 모습이 그 어느것보다 귀여웠다. 말을 걸면 잡아먹기라도 하나. 알람이 울림에도 읽지 않고 있자 안절부절 못하다 음료를 시키곤 한숨을 푹 내어쉰다.


"저기, 타..탓짱."

"응."

"내가 너무 늦었지? 하하.."

"정확히 4시간 47분."

"......미안해에에"


제 말에 말 끝을 늘리며 고갤 숙이는 녀석이었다. 8시에 만나자고 했던 그 온기가 오후 1시가 되서야 만날 수 있게 될 줄이야. 다 식은 커피를 마시려다 그냥 두곤 뒤에서 은근하게 전해져오는 녀석의 비누내음에 작게 웃음지었다. 이것 때분에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그 향에 집중했다.


"그래서 왜 보자고 한거야."

"그냥.. 보고 싶어서."

"싱거운 녀석."

"다음번엔 꼭 안늦을게. 미안해.."


안 늦을리가 없단 걸 알면서도 또 그대로 넘어가게 되는 묘한 녀석이다. 알았다는듯 고갤 끄덕이고는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풀었다. 대신 오늘 밤엔 안마나 해줘라. 대충 풀린 몸을 다시 의자에 기대곤 녀석의 온기를 느끼며 덕분에 아직 따뜻한 것 같은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대었다.


*         (참고 : 연하연상 썰봇님 (@youngerx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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